‘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 아닐까 싶다. “열려라 참깨!” 주문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얼마전 알리바바가 또 한번 지구촌을 강타했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접수, 1680억 달러(약 168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을 향해 “열려라 참깨!”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로고

아마존이나 이베이같은 미국 회사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정작 옆동네의 알리바바는 생소한 한국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알리바바는 매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선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B2B 거래를 전담하고 있으며 지마켓과 유사한 ‘타오바오’는 내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오픈마켓 서비스다. 또 미국의 ‘페이팔’을 닮은 ‘알리페이’는 흔히 말하는 에스크로 서비스이며 ‘야후! 중국’을 운영하는 것도 알리바바다.

한마디로 알리바바는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장터이면서, 장터에서 바로 계산할 수 있는 일종의 결제서비스를 갖춘 종합 e-커머스 브랜드인 셈이다.

알리바바가 거대한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배경은 실적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알리바바가 공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총거래액은 2480억 달러로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어마어마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매출액은 29억 달러로 아마존의 197억달러와 이베이의 43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수익성에서는 알리바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알리바바는 같은 기간 13억 달러를 지갑에 챙겼는데 이베이는 23억 달러, 아마존은 고작 1억 달러를 수중에 넣었다.

일약 글로벌 경제의 신데렐라로 부상한 알리바바는 창업자의 독특한 경력으로도 널리 이야기된다.

잭 마(중국명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원래 항저우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1995년 통역을 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갔던 그는 현지에서 인터넷을 처음 경험한 뒤 ‘인터넷이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이듬해 중국 1호 인터넷기업 ‘차이나페이지’를 오픈했다.

잭마

e-메일을 보낼 줄도 몰랐던 마 회장은 1년 만에 사업을 접었지만, 98년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의 만리장성 투어 가이드를 맡으면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마 회장은 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고 2005년 야후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다. 물론 제리 양과 만리장성에서 맺은 인연 덕이다.

재미있는 스토리는 이어진다. 제리 양이 주선한 또 다른 거물은 양보다 5년 앞선 2000년 2000만 달러(약 200억)를 알리바바에 투자한다. 주인공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다. 당시만 해도 큰 돈이었던 2000만 달러는 손 회장에게 알리바바 지분 34.4%를 안겨줬다. 상장 예정인 알리바바 기업가치 추정치(1680억 달러)를 감안하면 손회장이 챙길 수 있는 돈은 자그마치 578억 달러(약 58조원)다.

손정의

이게 다가 아니다. 중국에서 첫 인터넷 기업을 창업한 마 회장은 고금리 온라인 펀드 상품 ‘위어바오’를 출시했고 영화사도 출범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영화사의 경우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주성치와 왕가위 감독을 영입하는 등 취미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온라인•모바일 커머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지 조만간 백화점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알리바바의 사이트 주소는 ‘1688.com’이다. 이 또한 마 회장의 아이디어다. 1688은 중국어로 ‘yow-leeyoh-ba-ba’로 발음된다. ‘알리바바’를 영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외우기도 쉽다.

마 회장은 태극권 신봉자이기도 하다. 심지어 배우 이연걸과 함께 알리바바의 고향인 항저우에 태극권 교육원을 오픈하기도 했다. 태극권은 동양의 음양 원리를 무술에 접목한 것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Jack Ma, chairman of China's largest e-commerce firm Alibaba Group, performs Tai Chi as guests and visitors take pictures and videos, at a opening ceremony of a Tai Chi school in Hangzhou

그는 일상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이를 접목하고 있다. 직원들을 만날때마다 “기업이 사람처럼 오래 살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극권을 표현하듯 경영이나 마케팅도 신중하게 서서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다름아닌 중국 기업 디스카운트, 즉 경영 투명성 확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2000페이지가 넘는 IPO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중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수익이나 매출 경로, 알리페이 재무 현황 등 구체적인 사안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구의 투자자들은 기업 브랜드못지 않게 경영 정보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알맹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알리바바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지분 구조도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마 회장의 지분은 8.9%로 소프트뱅크(36%), 야후(24%)에 비해 한참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