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가 종영한 후 본방사수의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가 딱히 없었는데 우연히 재방으로 첫 시청하게 된 tvN 드라마 <미생>은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원작의 묘미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장그래와 임시완은 싱크로가 맞지 않는다 등의 우려를 날려버리고 은근 금, 토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중독성 있는 드라마로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주인공인 장그래 뿐만 아니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을 보며 다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드라마나 예능은 전체적인 작품도 중요하지만 특정 ‘캐릭터’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물론 방송이니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그런 캐릭터들 또한 가만히 들여다 보면 회사에서 접할 수 있는 면면의 모습들이 투영되어 있다. 과연 요즘 기업들은 이런 ‘캐릭터’들을 어떻게 평가할 지, 어떤 캐릭터들을 선호할 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 내용은 작품 속 캐릭터에 국한될 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미생> 장그래 : 고군분투, 스펙 대신 노력으로 승부

장그래

(출처: tvN)

남들 이상의 능력은 커녕, 남들에게 다 있는 기본 스펙도 없다. 노력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다. 명문대 졸업생들도 인턴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치열한 현실에서 입사 직전까지 바둑만 알고 살아왔고, 토익 점수나 자격증 등은 전혀 없는 장그래는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장그래의 고군분투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의 고군분투가 크게 다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장그래를 응원하지만, 현실 속 기업의 입장에서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장그래를 그저 따뜻하게 환영하고 바라봐줄 수는 없다. 대학 졸업 전부터 취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동년배들의 시야에서도 내가 노력할 때 취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장그래를 마냥 유쾌하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작은 실수, 미숙한 행동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장그래가 한다면 회사에서 버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입사 전 남들보다 노력과 준비가 부족했다면, 어쩔 수 없이 남들만큼이 아닌 두 배, 세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왔다! 장보리> 연민정 : 목표 지상주의, 못할 게 없다

연민정

(출처: MBC)

2014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는 누가 뭐라해도 연민정.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목표 지상주의의 대표주자가 아닐까? 하지만 연민정에게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일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실력이 있다. 공모전을 위해 수많은 밤을 새우고 본인의 실력으로 수상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 상사의 생각을 빠르게 읽고, 또 윗사람의 성향에 잘 맞춰주는 눈치와 센스도 있다.

거기에 그녀는 매력적인 눈웃음과 미모까지 겸비하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과제나 미션 앞에서도 불평하고 어렵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의지가 있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크다.

만약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이나 상사라면 그녀의 실력과 성과를 높이 사 인터뷰를 보거나 채용을 결정할 수도 있다. 그녀의 언변과 눈웃음은 인터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요즘은 ‘평판조회’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조직 전체의 안정성이나 직원들간의 융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회사가 아닌 이상, 면접 통과 후 평판조회를 통해 드러난 내용들로 인해 연민정을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런닝맨> 이광수 : 가늘고 길게, 능력이 안 되면 줄타기라도

이광수

(출처: SBS)

남들에 비해 월등히 긴 팔다리와 키 외에는 딱히 내세울 능력은 없는 그. 대신, ‘배신 기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눈치는 있어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못 갖춘 능력을 보유했거나 잘 나가는 사람을 재빨리 파악해 소위 말하는 ‘줄’을 잘 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문제는 그 줄이 너무나도 자주, 빨리 바뀐다는 것.

처음에는 온갖 충성을 다 하니 예뻐하던 사람들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그가 좋아보일리 없다. 결국 그 누구도 이광수와 함께 가려 하지 않는다. 1~2년은 이런 그의 방식이 통할 지 몰라도, 오늘 나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 진심이 아니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거기다 눈치와 줄타기에 올인을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없는 실력이 늘었을 리 없고, 이에 노력을 기울일 시간도 없다.

결국 이광수는 타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는 커녕, 조직에서 구조조정 등이 있는 경우, 실력도 없고 로열티도 없는 인물로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상회담> 줄리안 : 분위기 메이커, 성격으로 사로잡기

줄리안

(출처: JTBC)

끊임없는 입담의 소유자로 어디서든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 말이 너무 많다고 타박을 받기는 하나, 항상 유쾌하고 밝은 그를 미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성품은 착하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있는데, 마음만 앞서고 실무에서 소소한 실수를 하거나 놓치는 부분들이 자주 생긴다. 그 와중에도 줄리안은 특유의 웃음으로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잘하겠다고 한다. 실제로도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업무 시간 중간중간에도 줄리안의 한 두마디 재롱에 부서에는 웃음과 활력이 생기고, 점심시간이나 회식 때 분위기를 주도하며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거나 회사에서 힘든 문제에 부딪힌 동료가 있을 때 먼저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줄리안이다.

비록 일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는 팀웍도 중요하고, 특히 크고작은 프로젝트 진행 시 리더의 밑에서 조직원들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에 줄리안과 같은 인물은 큰 도움이 된다. 계산 없이 동료들을 잘 챙기는 그의 밝은 모습에 아마 처음에는 실수를 하더라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어질 것이고, 동료로 그와 함께 가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특히 영업 쪽의 직무라면 줄리안의 입담과 인간관계가 고객과 매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유재석 : 솔선수범, 실력/노력/센스를 모두 갖춘 인재

유재석

(출처: MBC)

‘유느님’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실력과 노력, 그리고 센스를 겸비한 인재다. 거기에 ‘나 혼자 잘 나가겠다’는 마인드가 아닌, 함께 가는 팀원들을 무던히도 챙기며 이끄는 리더십도 갖췄다.

하지만 사실 이런 캐릭터와 함께 일하는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고 편하기만한 상사는 아니다. 능력이 있으니 일단 혼자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으련만, 높은 책임감과 의지의 소유자인 그는 부서원 누구도 낙오시키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인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맡겨진 과제를 버거워하는 팀원에게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가도록 만든다.

팀을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은 주말에도 부서원들을 호출해 함께 기획회의도 하고 개별적인 과제도 준다. 부서장의 이런 열정에 팀원들은 버겁기도 하지만, 본인이 항상 누구보다 늦게까지 남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끝에 가서는 모든 부서원들이 과제를 달성함과 동시에 힘든 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성장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술도 잘 마시고 엄청 재미있게 회식을 주도하는 부서장은 아니지만, 유느님에겐 그 부분마저 매력으로 느껴진다. 이직 시 평판조회를 한다면 그 어느 부분에서도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리 없다. 재능도 있고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으쌰으쌰’ 조직형 인간인 그를 어느 기업에서 마다할까?

나는 과연 어떤 캐릭터에 닮아 있을까?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을 조금씩 다르지만, 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개성과 장점이 있다. 연민정도 장점이 많은데!??!!

내 주변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좋은 부분들은 참고하고, 나만의 장점을 살려 내가 가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