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자기를 소개하거나 개인신상을 기재하는 문서를 작성할 때 저의 ‘취미’ 항목에는 언제나 ‘사진촬영’이란 내용이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진을 찍는 것부터 보는 것까지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요즘은 덜하지만 한 때 사진과 관련된 커뮤니티에서 살다시피 했고 어딜 가던지 무거운 카메라 가방만큼은 꼭 왼쪽 어깨에 걸고 다닐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 폰이 모든 걸 해결해주고 있어 이런저런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었지만, 그만큼 열정은 사그러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

그나마 다행인 건, 저의 그 열정을 조금씩 되살아나게 해 주는 여러 전시회들입니다. 가끔 날씨가 좋은 날, 혹은 머리가 복잡한 날, 혹은 기분이 우울한 날…편안한 차림으로 외출해 전시 한 편 구경하면 마음도 편안해 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예전같으면 좋은 전시 검색해서 찾는 것도 일이었는데 요즘엔 정말 인기 있는 명품 공연, 명품 전시들을 한 눈에 보고 구매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한 세상입니까ㅎㅎ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던 얼마 전, 저는 예술의전당으로 향해 기대하고 기대하던 <에니 레보비츠 사진전>을 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주말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전당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시회를 관람하려는 관객들도 생각보다 많아 티켓박스 역시 표를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지만, 티몬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해 간 저는 뭐, 여유있게 입장했습니다.

전시관

표

애니 레보비츠는 상업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그녀를 잘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꺼고,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그녀의 유명한 작품 한 두 점 정도는 모두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롤링스톤 지에 실린 전라의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은 정말 유명해서 많이들 알고 계시고, 베니티페어에 실린 만삭의 데미무어 사진 역시 아주 유명하죠! 모두 애니 레보비츠의 작품들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사진 196점을 볼 수 있는 월드투어 중 아시아 최초의 전시라 의미가 있고, 한 사진 찍는다는 분들께 엄청난 인기를 끌어 첫 오픈한 12월 7일부터 쭉 관람객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은 배우, 작가, 감독, 운동선수, 정치인, 사업가 등 유명 인사들의 모습과 1990년대 사라예보 포위전 당시를 비롯한 다큐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누구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니콜 키드먼, 마이클 잭슨, 마돈나, 미하일 고르바초프, 존 레논, 다이애나 비, 엘리자베스 여왕 2세 등의 사진들로 가득찬 전시관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 전시만큼은 즐기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브래드피트

아쉽게도 전시물 촬영은 금지라 눈으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워낙 이미 알고 있던 유명한 사진들이 많아 제가 굳이 남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전시회 사진들은 그녀의 개인적인 사진들과 상업적인 사진 그리고 작품 활동…이렇게 3가지가 절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록한 사진 속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그저 그녀를 ‘전설’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느껴지게끔 할 정도로 덤덤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상 속 사진들이 오히려 더 저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고, 작품 하나하나 쉽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제 발을 붙잡았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유명 헐리우드 배우부터 미국 정계인사까지…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있지만, 하나같이 그들의 모습 속에선 겉으로 보여지는 면보다, 진짜 그/그녀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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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친 후 급 다시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고 싶은 일종의 뽐뿌가 생겨 ‘지금 갖고 있는 카메라 000로 바꿀까~’ 등 이런저런 고민도 했는데, 장비가 좋아진다고 애니 레보비츠처럼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에 고민을 접고 전시장을 나섰습니다.

전시 코스의 초반, 애니 레보비츠가 말한 유명한 글귀가 소개되는데요, “나는 그저 내 사진을 찍을 뿐이다”. 정말 멋있지 않나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는 그녀의 철학이 스며든 명언이죠.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힐링이 되는 말인 것 같아요.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은 2월 28일, 그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기회니 얼른 티켓 구입하셔서 한번 방문해 보세요. 강추 전시입니다. 특히 정말 사진에 관심없으신 분들께도 알찬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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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몬에서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관람권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