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화한 “야망의 함정”에서 하버드대를 졸업한 신참 변호사 미치 (톰 크루즈 분)는 대형 로펌들의 스카웃 제안을 뿌리치고 파격적인 연봉과 벤츠 자동차, 그림 같은 집을 제공하기로 한 멤피스의 한 작은 로펌에 입사하게 된다. 물론 그 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상황에 휘말리게 되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영화 초반, 고학생으로 아내와 함께 힘들게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던 미치가 부인과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회사에서 제공한 집을 둘러보고 고급 자동차를 신나게 모는 장면을 지켜보는 순간 만큼은 평범한 직장인의 입장에서 일말의 부러움과 함께 ‘나도 회사에서 저런 대우를 받아 봤으면…’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야망의 함정

입사 후 몇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마다 각기 이유는 다르겠지만, 이직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기업 490개사를 대상으로 작년 한 해 평균 이직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15.8%로 나타났다고 한다. 직장인 6,7명 중 한 명은 이직을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직장인들이 밝힌 이직 사유로는 연봉 불만족이 24.2%, 업무 불만족이 20.3%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연봉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라도 대부분은 이직을 하면서 연봉 인상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2014년 새해 소망과 관련해 작년 말, 세종사이버대학교가 20~30대 직장인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7명, 무려 71%가 ‘이직'(724명)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다니는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조사됐다. 새해 소망 2위는 연봉 인상(117명, 12%)이었다.

커리어

이직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이직을 하게 될 경우 어느 정도 연봉 인상을 희망하는지 물어보면 ‘당연히 15~20%는 인상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작년 모 연봉정보 사이트에서 1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직 시 20~30% 연봉이 인상됐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이런 설문 조사 결과가 이직을 하면 당연히 15~20% 이상의 연봉 인상은 따라온다는 환상에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다음 순위가 23.1%를 차지한 10%이내이긴 하지만 20~30%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15~20% 이상의 연봉 인상은 사실 흔하거나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아마 기존 연봉이 워낙 낮은 수준이었거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 등이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속 장면처럼 누구나 이직과 함께 파격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본인의 위치와 합리적인 연봉선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막연한 환상을 고집한다면, 장기적인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직 시 연봉에 대해 어떤 것을 미리 알아두고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체크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다’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경력직 사원을 외부에서 영입한다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무조건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회사는 없다. 영입하려는 사람이 회사에서 정말 필요한 경력이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지에 대한 여부가 큰 판단 기준이 된다.

정말 회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 경쟁력 있는 연봉 및 처우를 제시하려고 하겠지만, 반대로 비슷한 경력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 경우라면, 굳이 그 사람에게 조직의 형평성에 맞지 않을 정도의 높은 연봉을 주고자 하진 않을 것이다.

사실 막연한 환상과 함께 기존 회사와 연봉에 불만만 갖고 열심히 전문성을 쌓기 보다는 이직 기회만 노리고 있던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남다른 전문성과 경험을 쌓았을 확률은 희박하다. 기존 회사에서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하며 필요한 직무, 프로젝트, 경험을 쌓으며 노력을 한 대가는 분명 연봉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직을 하면 ‘무조건 얼마가 인상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해당 직무 및 업계에서의 본인의 위치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연봉

또한, 어느 회사건 대부분 연차 및 직급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연봉 및 복리후생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력직 사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봉을 제시하려고 한다.

가끔 본인이 가고 싶은 기업이기는 하지만, 그런 연봉 기준 때문에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회사가 너무 융통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꼭 융통성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 온 기존 직원과의 형평성 등의 이유도 크다.

요즘은 개개인의 연봉을 대외비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경력으로 새로 입사한 직원의 연봉이 나보다 훨씬 높은 것을 알게 된다면 기존에 일하던 직원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조직적인 측면에서는 성과 저하나 시너지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직 시 연봉 협상에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미리 본인의 연봉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 두는 것이다.

보통 연봉 협상 단계에 이르면 현재 연봉과 희망 연봉을 파악하게 되는데, 문제는 연봉 관련 증빙 서류를 입사 시점 등 추후 제출하는 경우, 입사자가 얘기했던 연봉과 증빙 서류 상의 연봉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고의적으로 연봉을 부풀렸다고 판단이 되면 입사 여부 자체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사실 본인의 연봉 범위에 대해 헷갈렸다고 해도 그 부분을 판단하기 애매하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같은 회사에서 동일한 직급과 연봉의 두 사람에게 현재 연봉을 물어볼 경우,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게 답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기본연봉 이외에 변동성 성과급, 복리후생에 해당하는 각종 수당 등을 다 포함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연봉 및 복리후생 구조는 다 다르기 때문에, 현재 연봉을 확인하는 경우 기본연봉은 얼마고, 인센티브 및 수당이 각각 얼마라는 식으로 본인의 상세 급여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여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중 고정성은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변동성은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도 구분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몇 년 간 보통 성과를 달성하는 만큼 주어지는 변동성 인센티브가 10~20% 정도 나왔다고 무조건 이직하려는 회사의 기본연봉에도 그 만큼이 반영되기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직하는 회사에도 비슷한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면 무조건 고집만 부리기 보다는 본인도 입사 후 정말 회사에 필요한 만큼 기여해 회사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겠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머니

연봉 협상 시에 ‘돈 얘기를 회사와 직접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할 얘기도 잘 못했던 과거에 비해 확실히 요즘은 개인들이 보다 당당하게 연봉 협상에 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합리적인 것무모한 고집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직이 분명 크게는 장기적인 커리어와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인만큼 내게 주어지는 기회들까지 놓치지 않도록 이직 시 연봉 협상에 대해 미리 잘 준비해 두는 것이 경력 개발과 경쟁력 있는 처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